카우프만 효율비율(ER): 같은 등락폭도 추세가 다르게 보이는 이유

1. 얼마나 움직였는지만 보면 가격 경로를 놓칩니다

열흘 동안 매일 크게 오르내린 끝에 제자리로 돌아온 가격과, 같은 거리만큼 한 방향으로 움직인 가격은 성격이 다릅니다. 단순 변동폭이나 시작점과 도착점만 보면 이 차이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카우프만 효율비율(Kaufman Efficiency Ratio, ER)은 가격이 움직인 전체 거리 중에서 시작점과 도착점 사이의 순이동이 차지하는 비율을 계산합니다. 굽은 길을 여러 번 왕복했는지, 목적지까지 비교적 곧게 이동했는지를 0과 1 사이의 숫자로 줄인 지표입니다.

TradingView의 KAMA 설명은 Perry Kaufman이 ER을 이용해 방향성이 뚜렷한 구간에서는 이동평균을 빠르게, 왕복 움직임이 많은 구간에서는 느리게 조절한 구조를 설명합니다. QuantConnect의 Kaufman Efficiency Ratio 문서에서도 ER을 별도 지표로 계산하고 활용할 수 있습니다.

먼저 구분할 점

  • ER이 높으면 과거 가격 경로가 한 방향에 가까웠다는 뜻입니다.
  • ER에는 상승과 하락을 구분하는 부호가 없습니다.
  • 높은 ER만으로 다음 움직임의 방향이나 지속 여부를 알 수 없습니다.

2. 순이동거리를 전체 이동거리로 나눕니다

이 글에서는 종가와 10거래일을 사용합니다. 계산 시점의 종가와 10거래일 전 종가의 차이를 먼저 구하고, 그 사이에 발생한 종가 변화의 절댓값 열 개를 더합니다.

  1. 순이동거리는 현재 종가와 10거래일 전 종가의 차이에 절댓값을 적용합니다.
  2. 전체 이동거리는 최근 열 번의 일간 종가 변화에 각각 절댓값을 적용해 더합니다.
  3. 순이동거리를 전체 이동거리로 나누면 ER(10)이 됩니다.

ER 계산식

모든 변화가 한 방향이면 순이동거리와 전체 이동거리가 같아져 ER은 1에 가까워집니다. 오르고 내리는 움직임이 서로 상쇄되면 순이동거리는 작아지고 ER은 0에 가까워집니다. 전체 이동거리가 0인 경우에는 0으로 처리합니다.

ER 상태 계산으로 확인되는 내용 확인할 수 없는 내용
1에 가까움 최근 경로가 한 방향에 가까움 상승인지 하락인지
0에 가까움 왕복 움직임에 비해 순이동이 작음 곧 반등하거나 횡보할지
값이 상승함 직전보다 가격 경로의 직선성이 커짐 새 추세가 계속될지
값이 하락함 경로 안의 왕복 움직임이 늘어남 추세가 끝났는지

ER은 가격의 방향을 일부러 제거한 절댓값 비율입니다. 하락이 매끄럽게 이어져도 ER은 높게 나올 수 있으므로 높은 ER = 강한 상승으로 읽으면 안 됩니다.

3. ER과 KAMA, CHOP는 역할이 다릅니다

ER은 카우프만 적응형 이동평균(KAMA)의 속도를 조절하는 핵심 입력값입니다. 기본 설정에서는 빠른 EMA 2일과 느린 EMA 30일의 평활계수를 ER로 섞은 뒤 제곱합니다.

KAMA 평활계수 계산식

ER이 높으면 평활계수가 커져 KAMA가 가격을 빠르게 따라갑니다. ER이 낮으면 평활계수가 작아져 작은 왕복 움직임을 천천히 반영합니다. ER 자체는 가격선이 아니고, KAMA는 ER을 이용해 속도가 달라지는 이동평균입니다.

CHOP(Choppiness Index)도 추세와 왕복 시장을 구분할 때 사용되지만 계산 재료가 다릅니다. ER은 종가 경로를 사용하고, CHOP는 갭을 포함한 True Range 합을 일정 기간의 고가·저가 범위와 비교합니다.

지표 주요 입력 측정하는 질문 방향 정보
ER(10) 종가 순이동과 일별 이동거리 경로가 얼마나 한 방향에 가까운가 없음
KAMA(10,2,30) ER로 조절한 평활계수와 종가 이동평균이 가격을 얼마나 빠르게 따라갈까 평균선 기울기로 별도 확인
CHOP(14) True Range 합과 고가·저가 범위 가격 범위 안에서 움직임이 얼마나 겹쳤는가 없음

지표 이름을 여러 개 붙이는 것보다 역할을 나누는 편이 중요합니다. ER과 CHOP는 시장 상태를 설명하고, 상승·하락 방향은 가격 구조나 수익률 부호에서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4. 같은 5,100원 이동에서도 ER은 달랐습니다

삼성전자의 두 구간을 골라 종가의 일별 절댓값 변화 합이 정확히 5,100원인 10거래일 경로를 비교했습니다. 서로 다른 종목의 수익률을 비교하려는 사례가 아니라, 전체 이동거리가 같아도 경로에 따라 ER이 달라지는 계산 구조를 보여주기 위해 같은 종목을 사용했습니다.

같은 총 이동거리에서 달라진 삼성전자 가격 경로와 ER
항목 왕복 노이즈 구간 방향성 하락 구간
기간 2025년 4월 11일~4월 25일 2025년 2월 21일~3월 10일
시작 종가 55,200원 58,200원
종료 종가 55,700원 53,700원
10일 순변화율 +0.91% -7.73%
일별 절댓값 변화 합 5,100원 5,100원
ER(10) 0.10 0.88
CHOP(14) 57.19 41.63
이후 10거래일 종가 수익률 +3.05% +12.66%

왕복 노이즈 구간은 10거래일 동안 총 5,100원을 움직였지만 시작점과 도착점의 차이는 500원에 그쳤습니다. 오르고 내린 움직임이 서로 상쇄되면서 ER은 0.10까지 낮아졌습니다.

방향성 구간도 전체 이동거리는 5,100원으로 같았습니다. 그러나 종가는 4,500원 낮아져 대부분의 움직임이 하락 방향으로 누적됐고 ER은 0.88이었습니다. 높은 ER이 상승을 뜻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숫자에서 바로 드러납니다.

더 중요한 부분은 이후 결과입니다. ER 0.88의 하락 경로 뒤 10거래일 수익률은 +12.66%였습니다. 과거 하락이 효율적으로 진행됐다는 사실이 같은 방향의 추가 하락을 보장하지 않았습니다.

5. 높은 ER을 추세 지속 신호로 쓰기 어려웠습니다

두 구간을 가격·KAMA·거래량·ER로 나누어 보면 경로 차이가 더 분명합니다. 왼쪽의 왕복 구간에서는 ER이 낮아지면서 KAMA가 완만하게 움직였고, 오른쪽의 하락 구간에서는 ER이 높아지며 KAMA가 가격에 빠르게 접근했습니다.

삼성전자 ER과 KAMA CHOP 왕복 및 방향성 구간 비교

2023~2025년 삼성전자 일봉에서 ER(10)이 0.70 이상인 관측치는 66개였습니다. 그중 직전 10일 순변화와 이후 10일 수익률의 부호가 같았던 관측치는 29개로 43.94%였습니다.

확인 항목 결과 해석할 때 주의할 점
ER(10) 0.70 이상 66개 관측치 서로 가까운 날짜가 겹쳐 있음
기존 방향이 이후 10일에도 유지 29개 지속 비율 43.94%
ER(10)과 CHOP(14)의 일별 상관 -0.66 같은 지표라는 뜻은 아님

이 수치는 독립된 거래 66회의 승률이 아닙니다. 높은 ER 상태가 며칠 이어지면 서로 겹치는 관측치가 반복되고, 진입·청산·거래비용과 보유 종목 수도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높은 ER을 매매 신호로 평가한 백테스트가 아니라 과거 경로의 효율과 이후 방향이 자동으로 연결되지 않는지 확인한 보조 집계입니다.

ER과 CHOP의 상관계수는 -0.66이었습니다. ER이 높을 때 CHOP가 낮아지는 경향은 있었지만 두 지표의 입력과 기간이 다르므로 항상 반대로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비슷한 이름의 국면 지표를 동시에 넣기 전에 실제로 서로 다른 상태를 나누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6. ER은 방향보다 경로의 효율을 확인할 때 씁니다

ER의 장점은 계산이 단순하고 종목의 가격 수준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5만원 종목과 50만원 종목도 0과 1 사이의 비율로 비교할 수 있고, KAMA처럼 시장 상태에 따라 반응 속도를 조절하는 필터의 입력값으로 사용하기 좋습니다.

반면 다음 한계를 함께 봐야 합니다.

  • 절댓값 비율이라 상승과 하락 방향을 구분하지 않습니다.
  • 높은 ER은 이미 진행된 경로의 효율이며 이후 추세 지속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 낮은 ER도 곧 평균회귀하거나 횡보가 계속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 종가만 사용하므로 장중 고가·저가와 갭의 경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합니다.
  • 10일 같은 기간을 짧게 하면 반응은 빨라지지만 값이 자주 바뀌고, 길게 하면 최근 전환을 늦게 반영합니다.
  • 종목과 기간마다 ER 분포가 달라 0.70 같은 기준을 모든 시장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실전에서는 세 단계로 확인합니다.

  1. ER의 높고 낮음으로 최근 가격 경로의 직선성과 왕복 정도를 확인합니다.
  2. 종가 변화율이나 고점·저점 구조를 함께 보며 상승·하락 방향을 따로 정합니다.
  3. ER 기준을 추가했을 때 표본 밖 거래 수, 수익과 낙폭이 실제로 개선되는지 검증합니다.

핵심은 간단합니다. ER은 가격이 얼마나 멀리 갔는지가 아니라, 움직인 거리 중 얼마나 낭비 없이 한 방향으로 갔는지를 보여줍니다. 곧게 이동한 길이 다음에도 곧게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으므로 방향 신호보다 시장 상태 보조값으로 사용하는 편이 적절합니다.

ER이 이동평균의 속도를 바꾸는 구조는 KAMA 계산법, True Range로 왕복 시장을 측정하는 방식은 CHOP 계산법, 방향성 이동으로 추세 강도를 구분하는 방식은 ADX 계산법에서 이어서 볼 수 있습니다. 회귀 중심선과 가격의 관계는 LSMA 계산법, 극단값 변환의 한계는 Fisher Transform 계산법과 함께 비교할 수 있습니다.

본 글은 지표의 계산 구조와 과거 사례를 설명하기 위한 자료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