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0.5라는 경계부터 그대로 믿으면 안 됩니다
추세가 이어질 시장과 되돌림이 나올 시장을 숫자 하나로 나눌 수 있다면 전략 선택이 간단해집니다. 허스트 지수(Hurst exponent)는 흔히 0.5보다 크면 추세 지속, 0.5보다 작으면 평균회귀라고 소개됩니다.
하지만 차트 프로그램에 표시된 H가 0.6이라는 이유만으로 추세 매매를 선택하기는 어렵습니다. 입력값이 가격인지 수익률인지, 표본이 얼마나 긴지, 어떤 추정법을 사용했는지에 따라 같은 종목의 값도 달라집니다. 특히 짧은 표본의 고전 R/S 추정치는 독립 난수에서도 0.5보다 높게 치우칠 수 있습니다.
Hurst의 1951년 연구는 저수지의 장기 저장 용량 문제에서 누적 편차의 범위를 다뤘습니다. 이후 Mandelbrot와 Wallis의 R/S 연구는 시간 간격에 따라 재조정 범위가 어떻게 증가하는지 분석했습니다. 처음부터 매수·매도 타점을 만들기 위해 설계된 지표는 아니었습니다.
이 글의 핵심
- 허스트 지수는 상승과 하락 방향이 아니라 여러 시간 규모에서 움직임이 얼마나 지속되는지를 측정합니다.
- 252일 고전 R/S 추정값은 독립 난수에서도 80.06%가 0.5를 넘었습니다.
- 높은 H와 낮은 H 진입은 이 표본에서 이후 20거래일 방향을 뚜렷하게 가르지 못했습니다.
- 절대값 0.5보다 같은 계산법의 난수 기준과 표본 밖 지속성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2. 누적 편차의 범위를 변동성으로 나눕니다
이 글에서는 종가 자체가 아니라 일간 로그수익률을 사용했습니다. 가격 수준은 장기간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비정상 시계열이므로, 가격에 바로 R/S 계산을 적용하면 추세와 장기 의존성을 혼동하기 쉽습니다.
252거래일 로그수익률을 준비한 뒤 다음 순서로 계산했습니다.
- 표본을 14·21·28·42·63·84·126거래일 블록으로 나눕니다. 모든 길이가 252를 정확히 나누므로 남는 수익률은 없습니다.
- 각 블록에서 평균 수익률을 빼고 그 편차를 차례로 누적합니다.
- 누적 편차의 최고값과 최저값 차이
R을 수익률 표준편차S로 나눕니다. - 블록 길이별 평균 R/S를 구하고
log(블록 길이)와log(R/S)의 회귀 기울기를 H로 사용합니다.
누적 편차 = 첫날부터 현재까지 (일간 로그수익률 - 블록 평균)의 합
R = 누적 편차의 최고값 - 최저값
R/S = 누적 편차 범위 ÷ 블록 수익률 표준편차
H = log(블록 길이)와 log(평균 R/S)의 회귀 기울기
이론적인 자기유사 과정에서는 R/S가 블록 길이의 H승에 비례합니다. 독립적인 증분은 H가 0.5에 해당하고, 0.5보다 크면 같은 방향의 변화가 오래 남는 지속성, 0.5보다 작으면 반대 방향으로 되돌아가는 반지속성으로 해석합니다.
문제는 추정한 H가 이론의 H와 정확히 같지 않다는 점입니다. Anis와 Lloyd의 연구는 독립 정규 표본에서도 조정 R/S의 기대값이 표본 길이에 따라 달라짐을 다뤘습니다. 0.5는 아무 계산기에나 그대로 적용할 보편적인 단기 경계가 아닙니다.
3. 독립 난수도 대부분 0.5를 넘었습니다
먼저 표본 길이와 계산법을 고정한 기준을 만들었습니다. 독립 표준정규 수익률 252개로 구성된 표본을 10,000번 생성하고 국내 주식과 완전히 같은 블록 길이와 회귀식으로 H를 계산했습니다.
국내 주식은 14종목의 2018년 이후 일봉으로 H를 계산하고, 이후 20거래일 수익률이 존재하는 2022년 1월 3일부터 2026년 7월 30일까지 10,102종목-거래일을 평가했습니다.

| 항목 | 독립 정규 난수 | 국내 주식 14종목 |
|---|---|---|
| 관찰 수 | 10,000개 252일 표본 | 10,102종목-거래일 |
| H 중앙값 | 0.5639 | 0.5604 |
| H가 0.5보다 큰 비율 | 80.06% | 82.80% |
| H 10% 분위수 | 0.4686 | 0.4766 |
| H 90% 분위수 | 0.6580 | 0.6518 |
독립 난수의 H 중앙값은 0.5639였고 80.06%가 0.5를 넘었습니다. 국내 주식의 중앙값 0.5604와 0.5 초과 비율 82.80%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 계산법에서 H > 0.5를 그대로 추세장으로 부르면 독립 난수 표본 다섯 개 중 네 개도 추세장으로 분류됩니다.
이 비교는 국내 주식 수익률이 정규분포라는 뜻도, 장기 의존성이 없다는 정식 검정도 아닙니다. 같은 길이의 독립 기준만으로도 고전 R/S 추정치의 유한표본 편향이 크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입니다.
4. 허스트 지수는 자기상관이나 ER과 같은 숫자가 아닙니다
허스트 지수, 자기상관, 효율비율은 모두 가격 경로를 다루지만 질문이 다릅니다.
| 지표 | 입력과 기간 | 측정하는 질문 | 방향 정보 |
|---|---|---|---|
| H(252) | 252일 로그수익률, 여러 블록 길이 | R/S가 시간 규모에 따라 얼마나 빨리 커지는가 | 상승·하락 방향 없음 |
| 1일 자기상관 | 252일 로그수익률과 하루 전 수익률 | 바로 전날의 수익률이 이어지거나 반대로 움직이는가 | 상관 부호가 있음 |
| ER(60) | 60일 종가 순이동과 전체 이동거리 | 가격 경로가 얼마나 직선에 가까운가 | 절댓값 자체에는 방향 없음 |
10,102종목-거래일에서 H와 1일 자기상관의 스피어만 순위상관은 +0.207, H와 ER(60)은 +0.057이었습니다. 관련성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같은 정보를 이름만 바꾼 수준도 아니었습니다.
자기상관은 특정 시차의 관계를 직접 측정합니다. 카우프만 효율비율은 시작점과 끝점의 이동을 전체 왕복 거리와 비교합니다. 허스트 지수는 여러 시간 규모의 R/S 기울기를 한 숫자로 줄인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허스트 지수에는 상승과 하락 부호가 없습니다. H가 높아도 직전 60일이 상승했는지 하락했는지는 가격에서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높은 H만으로 매수 방향을 결정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5. 높은 H와 낮은 H가 이후 방향을 가르지 못했습니다
0.5 대신 같은 추정법의 독립 난수 분포를 기준으로 사용했습니다. H가 난수 표본의 90% 경계인 0.6580을 위로 통과하면 높은 H 진입, 10% 경계인 0.4686을 아래로 통과하면 낮은 H 진입으로 정했습니다.
같은 상태의 신호를 연속해서 세지 않도록 종목별로 20거래일 간격을 두었습니다. 판정일 이전 60거래일 수익률의 부호와 이후 20거래일 수익률 부호가 같으면 방향 지속, 다르면 방향 반전으로 분류했습니다.
| 상태 | 사건 수 | 과거 60일 방향 지속 | 방향 반전 | 지속률 95% 구간 | 이후 20일 절대수익률 중앙값 |
|---|---|---|---|---|---|
| 높은 H 진입 | 57건 | 43.86% | 56.14% | 31.77~56.72% | 5.38% |
| 낮은 H 진입 | 67건 | 46.27% | 53.73% | 34.86~58.08% | 6.68% |
높은 H에서 과거 방향이 이어진 비율은 43.86%였고 낮은 H에서는 46.27%였습니다. 두 집단의 차이는 2.41%포인트에 불과했고 95% 구간도 모두 50%를 포함했습니다. 높은 H가 추세 지속, 낮은 H가 평균회귀라는 구분이 이 표본의 다음 20거래일 방향에서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고전 R/S는 단기 자기상관과 장기 의존성을 분리하지 못한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Andrew Lo의 수정 R/S 연구는 단기 의존성에 강건한 검정을 제안했고, 단기 자기상관을 반영한 뒤 주가지수에서 장기 기억의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보고했습니다. 차트의 H 숫자 하나와 통계적 장기 기억 검정은 같은 결론이 아닙니다.
6. 같은 높은 H에서도 NAVER의 결과가 갈렸습니다
두 사례 모두 NAVER의 H(252)가 독립 난수 90% 경계 0.6580을 위로 통과했고, 직전 60거래일 종가 수익률이 양수였습니다. 계산 기간과 판정 규칙을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이후 20거래일 결과가 반대로 갈린 사례입니다.

| 항목 | 상승 방향이 이어진 사례 | 높은 H였지만 방향이 꺾인 사례 |
|---|---|---|
| 판정일 | 2025년 9월 10일 | 2024년 1월 3일 |
| 판정일 종가 | 233,500원 | 222,000원 |
| H(252) | 0.6678 | 0.6588 |
| 1일 자기상관 | +0.0280 | -0.1216 |
| ER(60) | 0.0903 | 0.2000 |
| 직전 60거래일 수익률 | +13.08% | +17.21% |
| 이후 20거래일 수익률 | +10.71% | -9.68% |
2025년 9월 10일은 H가 0.6678로 경계를 넘은 뒤 직전 상승 방향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H가 높았다고 해서 당시 하루 단위 수익률이 강하게 이어진 것은 아닙니다. 1일 자기상관은 +0.0280으로 0에 가까웠고 ER(60)도 0.0903으로 낮았습니다.
2024년 1월 3일도 H가 0.6588로 같은 조건을 통과했고 직전 60거래일 수익률은 +17.21%였습니다. 이후 20거래일 종가는 9.68% 하락했습니다. 여러 시간 규모의 과거 R/S 기울기가 높았다는 사실이 다음 상승 방향을 보장하지 않은 사례입니다.
두 사례에서 H는 과거 경로의 통계적 성격을 요약했을 뿐, 방향 전환 시점과 손실 폭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지표가 측정하는 지속성과 매매에서 필요한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움직이는가를 구분해야 합니다.
7. 허스트 지수는 절대 경계보다 기준 분포와 안정성을 봅니다
허스트 지수를 전략에 넣을 때는 다음 순서로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 가격 수준이 아니라 수익률을 입력하고 R/S·DFA·분산시간법 중 어떤 추정법인지 기록합니다.
- 표본 길이와 블록 길이를 고정한 뒤 순서를 섞은 수익률이나 독립 모형의 기준 분포와 비교합니다.
- H 상태에 따라 전략을 바꿨을 때 표본 밖 거래 수·수익·낙폭이 실제로 개선되는지 확인합니다.
H가 0.5보다 조금 높다는 이유만으로 추세 전략을 켜고 낮다는 이유만으로 평균회귀 전략을 켜면 추정 오차에 규칙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기간을 126일에서 252일로 바꾸거나 블록 길이를 바꿨을 때 상태가 유지되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VHF와 CHOP은 각각 가격 범위와 이동거리, True Range를 사용해 추세·횡보 상태를 봅니다. 허스트 지수를 함께 사용할 때는 지표 이름을 늘리는 것보다 각 상태가 실제 전략 결과를 서로 다르게 나누는지 비교해야 합니다.
핵심은 간단합니다. 허스트 지수의 0.5는 이론적 출발점이지 짧은 주식 표본의 자동 매매 경계가 아닙니다. 같은 계산법의 기준 분포와 표본 밖 결과를 확인한 뒤 시장 상태 보조값으로 제한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본 글은 지표의 계산 구조와 과거 사례를 설명하기 위한 자료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